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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시골의사

사랑은 어떻게 통속으로 수렴 되는가? 아름다움과 진리와 종교는 어떻게 물질과 규범과 상식으로 치환되는가? 어느 겨울, 열병으로 죽어가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다. 먼 길을 달려와 그녀를 돌보는 시골의사는 자신의 환자를 뜨겁게 연민한다. 불치의 병과 죽음의 공포, 단 둘이 지새는 겨울 밤 등의 암울한 미장센 한가운데서 그 연민은 잠시 사랑의 형태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 그 환상을 포착하여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사람들에게 안착되고 향유되지 못한 사랑은 그저 낙엽처럼 거리에 나뒹굴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법률과 관습과 인습의 옷을 입고 권태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인 것인가? 투르게네프의 단편소설 <시골의사>는 이와 같이 철학..
사랑은 어떻게 통속으로 수렴 되는가? 아름다움과 진리와 종교는 어떻게 물질과 규범과 상식으로 치환되는가?

어느 겨울, 열병으로 죽어가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다. 먼 길을 달려와 그녀를 돌보는 시골의사는 자신의 환자를 뜨겁게 연민한다. 불치의 병과 죽음의 공포, 단 둘이 지새는 겨울 밤 등의 암울한 미장센 한가운데서 그 연민은 잠시 사랑의 형태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 그 환상을 포착하여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사람들에게 안착되고 향유되지 못한 사랑은 그저 낙엽처럼 거리에 나뒹굴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법률과 관습과 인습의 옷을 입고 권태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인 것인가?

투르게네프의 단편소설 <시골의사>는 이와 같이 철학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제의식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당시 사회상이 낳은 지식인 유형인 방관자적 ‘잉여인간’을 통해 형상화 하고 있다.

인간의 사물화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유물론적인 역설 한가운데서 정말로 ‘잉여인간’이 된 채 세상을 방관하고 냉소하며 후기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시대상을 돌아보며, 시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전하는 투르게네프의 명작 <시골의사>를 일독해보자.
저자 : 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
러시아 3대 문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지주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농노들의 가혹한 현실을 목격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모스크바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셸링과 헤겔 등 독일문학과 철학에 심취했고 푸시킨과 바쿠닌 등 러시아의 진보 지식인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농노제를 비판하다가 수감되는 등 사회적인 개혁에도 관심이 많았다.

투르게네프의 소설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성 너머에 시적인 낭만과 철학적인 사유가 깊이 녹아들어 있다. 현실에 내던져진 인간의 실존과 삶의 심연, 그리고 페이소스를 형상화 한 그의 시선은 이후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라는 불세출의 거장들에게로 이어져 러시아 문학의 화려한 정점을 형성하게 된다.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으로는 《첫사랑》(1860), 《아버지와 아들》(1862), 《처녀지》(1877) 등이 있다.

역자 : 노윤기
건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Tesol을 마쳤다. 공기업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며 국제관계와 기업홍보 업무를 맡았다.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했으며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글을 발굴하고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골의사>, <걷기의 유혹>, <차 이야기>, <사랑을 탐하다>, <커피의 모든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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