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아Ligeia》는 탐미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지나간 사랑에 투영된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현실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지고한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때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공포와 음울함이 가득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있는가? ‘미美의 화신’ 리지아가 아닌 현실 속 로위나는 어떤 식으로 주인공의 심미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지루할 만큼 이어지는 세세한 묘사와 서술, 회상, 가학적 장치 등을 거치며 소설은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에드거 앨런 포가 꿈꾸었던 “부패하듯 들끓는” 팽창의 열망을 목도할 수 있다. 결국 그 열망은 영과 육에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는 누군가의 ‘존재의 고백’을 이끌어 낸다.
읽어내기 쉽지 않은 포의 탐미주의 소설을 천천히 만끽해 보시길 바란다.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세 살 때 부모를 여의고 어느 사업가에게 입양이 되어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 그는 성장한 이후에도 버지니아대학교를 중퇴하고 도박에 빠져드는가 하면 웨스트포인트 군사학교에서 쫓겨나는 등 사회적인 책무나 도덕을 져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아버지는 그를 파양하고 만다.
27세가 되던 해에는 함께 살던 숙모의 딸인 13세의 사촌 누이동생 버지니아와 결혼을 했다. 그녀의 이미지는 이후 포의 많은 작품에서 미의 화신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구설수에 끊임없이 오르는 계기가 되었고, 술과 가난과 괴팍한 성격으로도 악명을 날리게 된다.
한때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하고 편집인으로 맹활약을 하기도 했으나 38세가 되던 해, 24세가 된 버지니아를 병으로 잃게 된다. 2년 후 소시적 연인이었고 미망인이던 로이스터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어느 가을 아침, 술에 취한 채 볼티모어의 거리에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후 영면에 들고 만다.
옮긴이 노윤기 : 건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Tesol을 마쳤다. 공기업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며 국제관계와 기업홍보 업무를 맡았다.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했으며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글을 발굴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커피의 모든 것], [걷기의 유혹], [차 이야기], [사랑을 탐하다], [시골의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