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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셀레스트호의 비밀

하박국 젭슨의 증언

1872년 12월 4일, 아프리카 북서 해안을 지나던 상선 ‘디 그라티아호’는 바다를 표류하던 쌍돛대 범선 한 척을 발견했다. 돛을 올린 채 해류에 휩쓸리고 있던 배의 선체에는 ‘메리 셀레스트호’라고 쓰여 있었다. 선원들은 접근하여 구난을 시도했으나 선내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배를 수색한 선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선원이나 승객은 단 한 사람도 탑승해있지 않았지만, 옷과 개인 물품 등은 제자리에 있었고 식량과 귀중품도 약탈의 흔적 없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심지어 조리실과 식당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그대로 차려져 있기까지 했다. 싸움이나 반란의 흔적도 없었다. 조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리 셀레스트호는 1872년 11월 7일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 제노바를 향하고 있었고, 선장 벤자민 브릭스..
1872년 12월 4일, 아프리카 북서 해안을 지나던 상선 ‘디 그라티아호’는 바다를 표류하던 쌍돛대 범선 한 척을 발견했다. 돛을 올린 채 해류에 휩쓸리고 있던 배의 선체에는 ‘메리 셀레스트호’라고 쓰여 있었다. 선원들은 접근하여 구난을 시도했으나 선내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배를 수색한 선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선원이나 승객은 단 한 사람도 탑승해있지 않았지만, 옷과 개인 물품 등은 제자리에 있었고 식량과 귀중품도 약탈의 흔적 없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심지어 조리실과 식당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그대로 차려져 있기까지 했다. 싸움이나 반란의 흔적도 없었다.

조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리 셀레스트호는 1872년 11월 7일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 제노바를 향하고 있었고, 선장 벤자민 브릭스와 아내와 딸, 선원 등 10명이 탑승해 있었다. 배는 운항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일부가 침수되어 있었고 구명보트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화물칸에는 공업용 알코올이 실려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인들은 술렁거렸다. 어떤 이는 구조한 배 ‘디 그라티아’호가 해적질을 한 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다른 이는 보험 사기나 해양사기 사건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심해 생물체의 공격을 받았다거나, 인근에 위치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선원들이 사라진 후 배가 표류한 것이라고 주장한 이도 있었다.

영국의 수사기관은 선실에서 발견된 핏자국 묻은 단검을 증거로, 만취한 선원들이 선장과 가족을 죽이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 수사기관은 화물로 적재된 알코올 원액 중 상당량이 유실된 사실을 들어 가스 폭발의 위험을 느낀 선원들이 일거에 배 밖으로 몸을 던졌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있던 코난 도일은 이러한 미스터리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편 추리소설 하나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소설은 메리 셀레스트호에 승선했던 한 의사가 사건의 전말을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하여 언론에 공개한 자술서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지역 잡지 <콘힐Cornhill>에 게재된 그의 소설은 지역사회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자술서 형식의 소설을 실제 자술서로 오해한 일부 사람들은 소설에서 가해자로 등장한 유색인종을 비난했고, 어떤 이들은 작중 화자였던 하박국 젭슨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해프닝으로 인해 25세의 젊은 작가 코난 도일은 순식간에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3년 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소설《주홍색 연구》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콘힐>에 발표된 소설의 원 제목은《하박국 젭슨의 증언 J. Habakuk Jephson's Statement(1884)》이었으나 이 책에서는 이를 부제로 하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메리 셀레스트호의 비밀》을 주 제목으로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지명, 날짜 등은 실제의 사실관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작가: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
셜록 홈즈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의사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애든버러 의과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재학 중《주홍색 연구Study in Scarlet》라는 탐정 소설을 발표하여 이름을 알렸다. 보어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하기도 했으며, 안과 전문의로 개업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추리소설가로 전업했다.

《설록 홈스의 모험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셜록 홈스의 회상록 The Memoirs of Sherlock》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영국 정부의 기사 작위(Sir)를 받기도 했다. 한때 작가를 은퇴했으나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바스커빌 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라는 작품으로 복귀했다. 이후 26년 동안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역자: 노윤기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테솔 과정을 마쳤다. 이후 공기업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며 국제 관계와 기업 홍보 업무를 맡았다. 지식을 익히고 전달하는 번역가의 일에 매료되어 현재 바른번역에서 출판 기획 및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단순한 삶의 철학》《남자의 미래》《커피의 모든 것》《걷기의 유혹》《차 이야기》《사랑을 탐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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